문화 기사2010. 8. 6. 01:14


 공연 관련 기사는 매일 훑어보는 편이다. 유명세있는 뮤지컬이 올라오면 포토뉴스만 주르륵 올라와서 제대로 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끔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들을 읽게 된다.


 연극 티켓이 만원... 대학로 슬픈 자화상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이 뜹니다)

7월 20일자 매일경제의 기사 제목이다. 연극 무대에 선다는, 뮤지컬 배우로 인사한다는 연예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신선하기도 하지만,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헤드라인 쓰는 법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수 많은 기사를 스크랩해보기도 했지만 헤드라인을 쓰는 것은 어렵다. 단 한 문장, 몇 개 단어들의 조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지, 버림받을 것인지가 결정된다. 그런가하면 이 기사는 '만원' '대학로' '슬픈' 등의 단어로 최고의 호기심을 불러낸다.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각종 할인 이벤트를 비롯 점점 티켓 가격을 낮추고 있고,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만원짜리 티켓'이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로 극장가를 더 굶주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은 이미 떨어졌고 돈벌이는 안되는데 그럼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느냐- 바로 주중 18회 공연까지 가능하게 만든다는 '박리다매' 전략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월요일에 쉰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이야기이고, 보통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한다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요즘들어 '평일 4시 공연' 이라는 문구도 자주 눈에 띈다. 주말에야 하루 두번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대학로에서 평일 공연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껏해야 열댓명 남짓한 관객이라도 끌어모으고자, 그렇게라도 생계를 유지해보려는 소극장들의 몸부림은 아닐까.

 
 역시나 이 기사에는 꽤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기사 내용의 초점이 대부분 '만원짜리 티켓'에 맞춰지고, 그것이 마치 가슴아픈 현실인양 비춰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연극 티켓이 만원인게 뭐?' 그리고 '아이고 불쌍한 극단들...' 정도. 


  연극이나 뮤지컬은 영화에 비해 좀더 매니아층이 강하다. 공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티켓 가격에 상관없이 대학로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돈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공연에 관련된 사람들(배우나 연출가, 작가)을 사랑하고, 대학로의 발전을 바라며, 연극에 매력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본다면 '그래요 우리 다들 연극 좀 보러 다닙시다. 우리나라 극단들이 얼마나 배고프게 일하는데요!' 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이에 반대해서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연극 티켓 만원... 대학로 슬픈 자화상 일까요? (링크를 클릭하면 글 원문이 뜹니다) 

 이 기사를 읽고 '이제야 연극을 보러갈 수 있겠다' 는 반응을 보인 분의 글이다. 표현이 과격해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것이 '현실적인' 반응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왠지 어려워보인다. 어떤 연극이 좋은지 극장은 또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 만원 짜리 티켓을 망설임없이 구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연극 티켓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은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4만원을 내고 봤어도 아깝지 않은 연극이 있는가 하면, 단돈 2만원을 내고 본 연극인데도 왠지 돈이 아까운 연극들도 있다. 검증된 대형 공연과는 달리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작은 연극들은 질적 차이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초대권으로 온 관객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나도 꽤 할인받아 예매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선 더 파격적으로 할인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속이 많이 쓰리다. 바로 이 점이 문제다. 대학로 소극장들 사이에선 평균점이라는 것을 찾기 힘들다.


 나 역시 대학로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좀 더 많은 극단에게 기회가 갔으면 좋겠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공연 홍보라는 개념이 포스터 붙이기, 카페 개설하기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제대로 된 예술경영이 이뤄진다면 브로드웨이따위 우스운 문화지구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기사를 통해 다시한번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Posted by 규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