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피맛골연가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왔다. 원래는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 공연을 더 좋아하지만, 엄마와 동생들에게 보여줄 공연이었기 때문에 편안한 자리, 검증된 실력, 자랑할 만한 큰 무대(?)가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하는 서울 대표 창작공연 피맛골연가. 일단 이 정도면 어느정도 퀄리티는 보장되었을 테고, 7세 이상 관람가이니 막내가 보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망설임없이 S석 4장을 예매! ..내 용돈은 하늘나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처음이었다. 이전에 태양의 노래를 보러 왔을 땐 좀 더 작은 무대였는데, 대극장은 역시 '대'극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무대 양 옆으로 좌석이 너무 길어서, 양 끝에 앉은 사람은 무대가 가려보인다는 점이었다. 그 '양 끝에 앉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가족이었다.-_-; 엄마... 미안해... 이런 딸이어서. 앞에서 7번째 줄이라 잘 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뒷좌석이어도 가운데로 갈 걸 그랬다. 다음번 보러올 땐 참고해야지.
좌석 뒷부분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있어서 영어/일본어 자막을 볼 수 있다. 외국인만을 위한 것일 줄 알았는데, 배우들의 대사나 노래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땐 나도 모르게 영어 자막을 보게 되더라. 차라리 잘 되지도 않는 영어를 해석하는게 대사를 애써 들으려고 하는 것 보다 쉬웠다. 그래 뭐, 외국인들에겐 아무 상관 없을테니...
뮤지컬 피맛골연가를 보고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적하는 스토리. 정말 스토리는 질질 끌다가->갑자기 훅 갔다가->안드로메다로 갔다가->으잉 하는 사이에 종료. 서울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이니 뭐니 하는데, 대학로의 소극단들이 창작으로 만든 뮤지컬의 스토리들과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초딩이 쓴 듯한 스토리도 빵빵한 무대 시설+화려한 연출+유명 뮤지컬 배우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듯. 가장 기대했던 넘버 '아침은 오지 않으리'도 감동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신 엉성한 끝마무리로 사용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 내가 이 노래를 실시간으로(?) 듣길 얼마나 기대했는데...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스토리? 춤? 의상? 바로 '음악' 이다. 음악이라는 요소에 춤과 스토리가 가미된 것이 뮤지컬인 만큼, 음악이 좋은 뮤지컬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캣츠'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Memory' 라는 노래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도, 뮤지컬 그리스의 'summer night'도, 음악이 좋은 뮤지컬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점에서 뮤지컬 피맛골연가는 잊혀지지 않을 괜찮은 뮤지컬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뮤지컬을 선택하게 했던 가장 큰 계기인 '아침은 오지 않으리' 부터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숨어라 사랑아'. 들썩거리는 '모던 스타일 파라다이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흥얼거려지고 있는 곡들이다. 박은태, 조정은 배우의 노래와 양희경님의 노래 역시 곡들의 매력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조금씩 다듬어지고, 덧붙여져서 내년 쯤 다시 볼 수 있을 테니 그 때도 다시 한 번 보러 가고 싶다.
직접 찍은 뮤지컬 피맛골연가 커튼콜영상. 화질은 별로지만 커튼콜때의 신나는 분위기는 잘 전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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